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마음 열어 찾아가는 절집 개심사 본문
밤 늦게나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믿고 3월14일 봄이 오고있는 휴일아침에 카미노 도보여행 팀과
서산의 상왕산 개심사 숲길을 걷기 위해 서울을 출발했다.
개심사는 언제가도 고즈넉하고 단아한 옛집 같은 푸근한 마음이 들어서 좋은 절집이다.
한서대 정뭉 옆을 지나 마을 사이로 난 시멘트 포장길을 한참 오르면 숲길이 시작 되는데
사실은 산불이 났을 떄와 마을 주민들의 농사일 떄 왕래를 편리하게 하기위해 트럭이나 경운기가 잘 다닐 수 있도록
시멘트로 포장을 한 길이다.
유비무환도 좋지만 현재 전국의 산간 임도라는 것이 산불이 났을 떄 무용지물인 곳이 많다고 하니...
크게 위험하지 않거나 그닥 쓸모가 없는 산 높은 곳의 드넓게 닦여진 임도나 시멘트 포장길은
모두 흙길이나 낙엽이 깔린 숲길로 돌려졌으면 참 좋겠다...
언제나 그렇듯이 숲이 있는 길을 걸을 때면 덧 없이(?)욕심이 생겨지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터,
마을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종일 차 한 대 지나 다니지 않았던 산길에 휑하게
넓직한 찻길을 만들어 버렸으니, 행여라도 산불 때문에 만든 임도인지는 모르겠으나...
차 없는 길 산 속의 숲길을 예사람들이 다녔던 잊혀져가는 시골길을 한사코(^^)찾아다니는
우리 같은 어리석은 사람들에게는 이런 넓고 편안한 길보다는 그냥 있었던 흙길 그대로를 소원한다는 사실이다...
도심에서야 어디 저 멀리 빌딩 숲 사이로 보여지는 버스로나 갈 한 두 정거장 길이 까마득할 터이지만
지금 바라다 보이는 맞은편 지평선 같은 저 언덕 너머 모퉁이가 더 없이 아름답고 예쁘게만 보이는 것을...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는 한결같이 한 모퉁이 돌고나면 또 이어지는 모퉁이길이 정겨워서 마치도 길의 미식가 같은 느낌인 것을...
대한민국의 여성등 특히 아가씨들은 동무가 되면 서로 손을 잡고 걷기도 하는데
외국 사람들이 보면 아무래ㅔ도 이상하게 보여질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만
우리네 여성 길동무들은 이렇게 금새 길 위에서 친구가 되어 행복한 나들이를 하게 된다.
요즈음 세상을 살면서 기쁜 마음으로 가슴이 쿵쾅거리고 설레일 일이 얼마나 있을까...
굽이굽이 산 모퉁이를 돌고 또 돌아도 계속해서 나타나 주는 이런 길을 만나면 늘 내 가슴은 쿵쾅거리며 두방망이질을 하곤 한다...
산티아고에서도 인도에서도 히말라야에서도 그곳 사람들은 다들 우리를 이상한 사람 보듯 했는데 그도 그럴것이
비싼 항공료 물어가면서 하릴 없이 하루 종일 걷기만 하는 사람들을 그네들이 어떻게 이해를 다 하겠는가...
직접 그런 물음을 여러번 들었던 나로서도 딱히 뭐라고 설명을 하거나 이해를 시킬만한 방법은 없었고
그저 걷는 것이 취마라고만 했었다.
인도에서는 오토릭샤를(원동기 세발 택시)타고 가다가 내려서 걸었는데 물론 왕복 이용료를 지불했었고
대략 10km남짓 남은 거리에서였는데 엄청나게 멀게 남았으니 타고 가라고 릭샤 드라이브가 걱정스레 말하는 걸
우리는 아니다 괜찮다며 걸어 가겠다고 돌려보냈는데 지나가는 릭샤마다 아주 싸게 해줄테니 타고 가라고 ...
아마, 우리가 교통비를 더 아낄려고 걷는 줄 알았나 보다...
어쩌다 우리는 자동차에 길을 뻇기고 산 속의 그나마 포장이 덜 되었거나
시멘트만 깔린 이런 길이라도 감지덕지 하며 찾아다니게 된 것인지...
사람이 걷는 길보다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우선인 세상에 살고 잇으니 어쩔 도리야 엤겠냐만
언젠가는 사람이 행복하게 다닐 수 있을 길을 위해 포장된 길들을 뜯어내는 무지몽매한 일들을 벌리게 될 것 같다...
저런 길들로 대한민국을 한 바퀴 돌 수있게 연결이 된 상상을 자주 하곤 한다.
발전상하고는 전혀 다른 택도 없는 발상일진 모르겠으나 아마도 행복지수만큼은 상당히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산티아고에서는 자동차보다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을 우선시 해서 길이 많이 만들어져 있었고
심지어는 도로가의 입간판에 배낭을 매고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한 표지판도 서 있다.
오락가락하던 얄궂은 날씨의 비도 다행 일락사 주차장 개울가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후 부터 내리기 시작했고
언제나처럼 날씨 덕을 많이 보는 카미노를 위해 아주 불편할만큼의 비는 내리지 않았고 내가 비옷을 입으면 그치고
더워서 비옷을 벗으면 내리기 시작하는 비님 떄문에 회원들에게서 비옷을 벗지 말라는 협벅 아닌 협박을 받기도 한 도보여행길이었다...
나같이 심정적으로만 종교가 불교인 사람들은 저렇게 오래된 나무가 기둥으로 되어있고
빛바래고 오래 되었을 성 싶어야 제대로된 절집인줄을 안다만 개심사는 그야말로
조그마한 시골집 같은 모습을 하고 상왕산 아래에 자리한 오래된 절집이다.
아주 오래 살은 배롱나무 아래 마음을 씻으라는 세심정이 있으며 절집은 또 마음을 열라고 개심사라고 지어진 것 같았다.
절집에서 절은 못해봤지만 마음은 세속적인 것에서 잠시나마 떠날 수 있고 경건해진다.
'카미노 도보여행 카페'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도보여행 모임인데 나는 오늘 새로 오신 분들에게 좋은 사람 모습을 보였던 것일까...
구불구불 휜 상태로 제 할일을 다하는 신검당의 나무 기둥
<못 생기고 굽은 나무가 선산(先山)을 지킨다>는 옛 속담처럼 쓸모없어 보이는 것
나무가 도리어 제구실을 하고 있다.
불자를 제외하고...개심사를 찾는 이들은 이곳 신검당과 왕벚꽃을 보러 오는이가 대
부분이 아니던가?
곧은 나무가 귀해 굽은 나무를 사용해서 집을 지은 그 옛날 장인의 기술이 놀라울 다
름이다.
조선 성종실록에 성종 6년(1475년) 개심사가 화재로 불타 없어진 것을 성종 15년
(1484년에)에 중창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따라서 지금의 고풍어린 건물들은 이때
재건축된 건물이다.
대웅전은 제법 높은 길게 다듬은 돌로 만든 기단 위에 얌전히 올라 앉아 있다. 절간
건물로서는 큰 편이 아니지만 기품이 제법 풍겨 나온다.보물 제143호인 대웅전은 정
면 3칸 측면 3칸의 건물로 단아함을 한것 풍긴다. 수수하면서도 건축미의 극치라는
찬사를 받는다. 이외에도 영상회개불정 (보물 제 1264호) 등이있다. 대웅전 오른쪽에
남향으로 있는 명부전 (문화재자료 제194호) 요사체인 심검당(문화재자료 358호)등
조선조때의 독특한 건축양식이 볼거리 이다.
개심사에는 경허선사(1849-1912)가 1889년 이후 20여 년간 호서지방의 문수사,부석
사(서산),수덕사, 정혜사, 천장사등을 돌며 선기어린 행동과 법문으로 선풍을 일으키
고 다닐 때 머물기도 했던것곳이다. 대한 불교 조계종 제 7교구 본사인 수덕사의 말
사이다.
개심사의 연못인 세심정은 마음을 열어 정갈히 씻고 라는 뜻인줄 알았었는데 상왕산이 코끼리상을 하고 있어
코끼리의 갈증을 풀어줄려고 만들었다는 설도 있단다.
개심사의 절집 처럼 오래 지난 후에도 카미노도 카페도 지금처럼 그대로이기를...
'하늘금 마루금'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다리 위에서 보는 팔십리 섬진강 (0) | 2010.03.22 |
---|---|
불암산에서 (0) | 2010.03.18 |
등산지도2 (0) | 2010.02.11 |
등산지도1 (0) | 2010.02.11 |
100대 명산/1000 산 (0) | 2010.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