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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어제와의 이별 본문
어제와의 이별 / 김종제
대숲을 툭 치며
지나가는 바람으로부터
물결 세게 부딪치는 섬으로부터
두껍게 얼어버린 강으로부터
이별을 고하겠다
대궁 꺾어진 채 시들어가는
화분 속 꽃으로부터
고개 푹 숙이고 기울어가는
허공의 초승달로부터
눈발 날리며 어두워져가는
내 속의 하늘로부터 이별을 전하겠다
어제는 모두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
흙이라던가 물이라던가 눈이라던가
혹은 빛으로 몸을 감추는 것인데
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상흔이 더 깊은 법이다
때로는 눈빛의 가시에 찔리고
때로는 언어의 칼에 베인
상처만 오롯이 남는 법이다
그 모든 어제와 이별하는 것만이
오늘을 사랑하는 것이다
어제를 떠나보내는 것만이
내일과 온전히 해로偕老하는 것이다
오늘도 어제처럼 날이 흐리다
무엇으로 또 나를 가려야 하는지
문득 바라본 얼굴에 상처뿐이다
오늘도 이별이다
음악, Diego Modena&Eric Coueffe /
Alfonsina Y El 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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