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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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까미l노 2009. 9. 27. 20:37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류시화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류시화


집이 없는사람은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자는 빈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기 위에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것도 없고 얻은것도 없다.

모든것들이 빈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간다.

어떤자는 울면서 웃는날을 그리워 하고
웃는자는 또 웃음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꽃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면....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자는 죽을것을 염려하고
죽어 가는자는 더 살지 못함을 아쉬워하고
자유가 없는자는 자유를 그리워 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쓰러진다.






안개 속에 숨다...류시화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속에서는
가까이 있으나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은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안개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누구나 고독하고, 그 고독을 들킬까 굳이 염려하지만
안개속에서는
삶에서 혼자인 것도 여럿인 것도 없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산다는 것은 결국 그러한 것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시작도 끝도 알지 못하면서
안개 뒤에 나타났다가 다시 안개 속에 숨는 것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류시화



시를 쓴다는 것이
더구나 나를 뒤돌아본다는 것이
싫었다, 언제나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나였다
다시는 세월에 대해 말하지 말자
내 가슴에 피를 묻히고 날아간
새에 대해
나는 꿈꾸어선 안 될 것들을 꿈꾸고 있었다
죽을 때까지 시간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다시는 묻지 말자
내 마음을 지나 손짓하며 사라진 그것들을
저 세월들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는 법이 없다
고개를 꺾고 뒤돌아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다
 

 

 

 

 

 

 "제 2의 리오스카" Claude Garden 하모니카 연주곡 모음
1. Sicikiana
2. Sonata
3. Ancante Con Variation
4. 3rd Romance
5. Alexandra
6. Badinerie
7. Sonata In 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