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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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의 벤치

너를 소유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었음을

까미l노 2009. 9. 21. 01:39

 

너를 소유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었음을...박성철



왜 알지를 못했던가,
왜 내 깨달음은 늘 한 걸음 느린 깨달음인가.
사랑은 너를 소유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거리와 얼마간의 공간에서 찾아오는 것임을...

모든 꽃이 그러하듯 무궁화 안에는 암술과 수술이라는
두 생명체가 살고 있습니다.
허나 한 울타리인 꽃 안에 사는 그들임에도
결코 붙어 있지는 못합니다.

같이 있으면서도
늘 붙어 있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들은 그 일정 정도의 거리로 인해
마침내 꽃을 피워낼 수 있습니다.

암술과 수술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지 않고
한 곳에 붙어 있다면 수정이 불가능해져 버려
그 어떤 꽃도 피워낼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상대를 허용하는 거리와 공간이
그들에게 꽃이라는
사랑의 결정체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가까이에 있는 것이,
늘 곁에 두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
사랑이라 믿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늘 곁에만 두고 싶어했던 조바심,
늘 그대를 소유하고자 했던 숱한 그 욕망들....
이제 그것들은 결코 내 사랑법일 수 없습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곁에 그대를 붙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그대와 나 사이에 놓여진 거리,
그 거리를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대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
그 공간의 여백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