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꽃대궁 본문
일전 곰배령 숲길을 오르다
코 끝을 훅 하고 살짝 스친 녀석이 하도 반가워
과연 있어줄까 잔뜩 기대에 부풀어
향기의 근원을 찾아 근처 숲속을 샅샅이 뒤지다
하지만 어쩌랴,
멧돼지들이 온 산을 파헤친 흔적만 실컷 발견하고는
실없음에 그만 포기한 기억이 난다.
내려 오면서 아쉬움으로
애저녁에 늙어져버린 듯 뒤따 커져버린
양푼만한 곰취 이파리 한장을 채취했다.
사람보다 나은거라서일까
그래도 곰취 특유의 향을 가득 머금고 있었거든...
아직 꽃봉오리 채 벌어지지 않아
뽀얀 새 알같은 산목련 두송이도 미안해 해주고선 꺾어왔었다.
이녀석들 배낭 속에 쳐박혀 있었는줄 모른 채 까맣게 잊고있다가
저녁답에 배낭을 풀어 빨래거리 정리하면서 봤는데
풀 죽어 시들어 가고 있길래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혹시나 싶어 물그릇에다 담아두고 마실을 갔다왔겠다...
고것들도 아직 죽지 않고 생명이 있다고
금새 물 머금어 파릇하고 뽀얗게 살아났다...
늙은 과부의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축 늘어졌던 곰취가 물그릇에 담궈 주기만 했는데
그새 활짝 편 우산처럼 살아나서
제 몸 양껏 새파란 모습으로 향기라도 내뿜는 듯하다...
도톰한 콧날 같기도 하고
새색씨 알토란 처럼
예쁜 발 모양을 한 산목련의 뽀얀 알송이
이놈이 활짝 피면 화전을 부쳐먹기도 한다길래
현리에서 그 꽃잎으로 한번 만들어 먹어봤는데
향이 너무 강해서 맛은 영 아니었다...
보기 좋은 떡이라도 맛이 없는 것들도 있더라...
바삐 오고있을 이 봄엔 화전이나 부쳐 먹어봐야겠다.
'모산청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름과 올레의 식생#2 (0) | 2010.11.01 |
---|---|
오름과 올레의 식생#1 (0) | 2010.11.01 |
홍릉 수목원의 생태 (0) | 2010.10.03 |
우이령의 생태 #2 (0) | 2010.09.28 |
우이령길의 생태 (0) | 2010.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