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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산청우

꽃대궁

까미l노 2009. 6. 23. 02:51

 

 

 

 

 

 

 

 

 

 

 

 

 

 

일전 곰배령 숲길을 오르다

 

코 끝을 훅 하고 살짝 스친 녀석이 하도 반가워

 

 

 

과연 있어줄까 잔뜩 기대에 부풀어

 

향기의 근원을 찾아 근처 숲속을 샅샅이 뒤지다

 

하지만 어쩌랴,

 

멧돼지들이 온 산을 파헤친 흔적만 실컷 발견하고는

 

실없음에 그만 포기한 기억이 난다.

 

 

 

 

 

내려 오면서 아쉬움으로

 

애저녁에 늙어져버린 듯 뒤따 커져버린

 

양푼만한 곰취 이파리 한장을 채취했다.

 

사람보다 나은거라서일까

 

그래도 곰취 특유의 향을 가득 머금고 있었거든...

 

 

 

아직 꽃봉오리 채 벌어지지 않아

 

뽀얀 새 알같은 산목련 두송이도 미안해 해주고선 꺾어왔었다.

 

 

 

이녀석들 배낭 속에 쳐박혀 있었는줄 모른 채 까맣게 잊고있다가

 

저녁답에 배낭을 풀어 빨래거리 정리하면서 봤는데

 

풀 죽어 시들어 가고 있길래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려다

 

혹시나 싶어 물그릇에다 담아두고 마실을 갔다왔겠다...

 

 

 

고것들도 아직 죽지 않고 생명이 있다고

 

금새 물 머금어 파릇하고 뽀얗게 살아났다...

 

 

 

 

 

늙은 과부의 펑퍼짐한 엉덩이처럼

 

축 늘어졌던 곰취가 물그릇에 담궈 주기만 했는데

 

그새 활짝 편 우산처럼 살아나서

 

제 몸 양껏 새파란 모습으로 향기라도 내뿜는 듯하다...

 

 

 

 

 

도톰한 콧날 같기도 하고

 

새색씨 알토란 처럼

 

예쁜 발 모양을 한 산목련의 뽀얀 알송이

 

 

 

이놈이 활짝 피면 화전을 부쳐먹기도 한다길래

 

현리에서 그 꽃잎으로 한번 만들어 먹어봤는데

 

향이 너무 강해서 맛은 영 아니었다...

 

 

 

 

 

보기 좋은 떡이라도 맛이 없는 것들도 있더라...

 

바삐 오고있을 이 봄엔 화전이나 부쳐 먹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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