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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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데 산티아고

피레네 산맥

까미l노 2008. 8. 29. 01:16

 

 

항공권을 발권하고...

일정표를 점검하고 지도를 펼쳐 지나갈 곳들을 검색하고

그런데...

아주 먼 이국 땅

지극히 낮설고 언어 소통도 되지 않을텐데  아무런 두려움은 커녕 기대도 설레임조차 없다...

 

단 하루 산행을 가도 잠을 못이룰 정도였는데

그냥 출발일자가 다가오고 떠나면 되는게지..그런 심정이라니...

 

어릴적 동무들과 놀다가 해질 무렵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나 혼자 우두커니 지는 해를 바라보다 집으로 가면 아무도 없어서

그래서  해 지는 게 참 싫었거든...

 

사람들은 누구나 다 꽤 오랜 시간동안 멀리 여행을 떠났다가

집으로 돌아와야할 때가 되면 떠날 때와는 또 다른 설레임과

무슨 향수 같은 것들 때문에 서두르기도 한다더라만

난 다락에 숨겨둔 꿀단지 따위조차도 없어서일까...

 

꿈이 없는 사람은 싫다고들 하더라만

난 꿈 같은 게 전혀 없는 삶 아닌가 시푸다...

스스로에게 말 하는 솔직함으로 말이다...

 

나야 이렇게 보잘 것도 없이 무지랭이 같은 삶을 살면서도

아둥바둥거리기는 죽기보다 싫은데

아둥바둥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 그들은 다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이젠 악착같이 살기가 싫어진다...

누가 내 눈빛이 차가워서 지나치게 냉정할 것 같다고 했었는데

아마 악착같이 살려고 할 땐 그랬을게다...

 

악착이나 바둥 거린다는 표현은 좀 내키지 않기도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