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현의 카미노 (링반데룽)
국토 대장정 #4 보성 본문
어느 은행으로 가볼꼬...
미운아빠의 발이로소이다...이 발을 예쁜 발이라고 아들에게 찾아보라 그러던데...
마우스를 아래로 조금 내리면 예쁜 여학생이 무릎 꿇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 보면 예쁜 발이 맞긴 맞나보다...에혀...죽느니 앓지...
사과 한 알 귤 두개씩 호화간식거리 뒤적거리는 중...
아침부터 추적거리던 비 내리는 수요일의 곤란한 하루...완전방수 고어텍스 3L XCR 로 만든 운동화...허나...비는 곧 멈추고...쓰알...
이놈의 비는 운동화에 테이프만 들이대면 금방 그친단 말야...그렇다고 안 붙히면...
히죽히죽...미운아빠의 역대 최고의 잔잔한 아빠같은 미소.....곧 보성에 진입한다 ...얏호~
난생 처음 터널 안을 걸어본다는 미운아빠...너무 바싹 뒤에 붙어 걷다가 내 베낭에 머리를 찧기도 했다가 뒷꿈치를 밟기도 하고...
터널 세개를 지나는 중 ... 터널안에서 지나가는 차가 뿌려대는 굉음과 바람은 무신 그리도 굉장스럽고 쎄던지...하늘 한번 쳐다보고....
걸어서 우리땅을...'인생길 따라 도보여행' 북한의 영 유아 어린이와 임산부에게 사랑과 나눔의 희망을...'남북 사랑의 국토 대장정'
"에구 에구...배 째라~ 죽어도 더 못 가겠다~" 벌러덩 드러누은 나의 개나리 봇짐
산행으로 종종 찾아가곤 했었던 봄날의 철쭉으로 유명한 일림산을 멀리 배경으로 도로 가운데로 가서 한 개폼 잡은 후 샷~
신기한 현상...점점 더 입꼬리가 올라가기 시작해진 미운아빠의 사진 찍히는 모습...사실은즉슨 찍을 때마다 차렷자세 금지...굳은표정 풀고...
약간 옆모습이 보이도록 서고 입꼬랑지 씰룩일 것을 주문한다...
" 비 내리는 수요일에 바람은 항상 앞에서만 불어 오고"
날씨: 아침부터 겨울비 추적추적
오늘 걸은 거리 약 28km (누적거리105,92km)
걸음 수 약 35,000보(누적걸음 수 약135,000보)
땅끝에서 못 잔 잠까지 포함하면 어젯밤까지 도합 나흘인데 피곤은 극에 달한 상태이면서도
쉬 잠은 올 것 같지 않기에 극약처방을 계속 고집하기로 한 이유는 잠에 대한 개똥처럼 믿는 구석이 있기 �문인데
별 명 처방 같은 건 아니고 계속 자지않고 버티면 언젠가는 오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굳게 믿기 �문이다.
내 미련한 처방덕에 정말 어젯밤에는 꿀맛같은 잠 속으로 빠져들었었는데
잠결에 설핏 무슨 음악을 들은 것 같았고 이게 꿈 속에서 들은 것인지 생시에 들은 소린지 잠시 생각에 잠기니 그만 잠이 달아나 버리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소리...
잠에서 � 아침 창 밖에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창털에 쌓인 흙먼지 소란을 일으키는 소리 ...소리 그 소리 바로 낙숫물 떨어지는 비소리...
서둘러 창문을 열고...이런 젠장~
여기는 집도 아니고 지금은 국토 종주중이잖냐...아침부터 겨울비가 오시면 워떠카라구...
미운아빠는 지 핸드폰에서 울리던 모닝콜을 퍼뜩(얼른...싸게...빨리...쉐리마...^^)꺼 버리고 손에 꼭 쥔 채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고...우이쒸~
에라~ 모르겠다..나도 자버려야지..하면서 이불 속으로 쏘옥...
잠시 정적이 흐르고 또 다시 말똥말똥 거려지는 내 눈...^^;;
미운아빠를 흔들어 깨웠더니 잔뜩 원망하는 눈치인데 창 밖을 함 봐바라~
눈이 엄청 쌓였다고 했더니 벌떡 일어나 창밖을 보더니...보더니...봤는데...그런데...
그냥 다시 이불 속으로 직행을 하네...디런눔~
이래저래 이불 속에서 뒤척이다 안되지 싶어 일어나 앉아 운동화에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히기 시작했다.
방수운동화를 만들고 각자 우의를 뒤집어 쓰고 베낭에 커버를 씌운 채 비 내리는 길 위에 다시 섰다.
아,이 디런눔의 바람은 왜 항상 앞에서만 불어오는 거냐고요오~
등 뒤에서 불어주면 앞으로 쭉쭉 잘 걸어지고 몸도 안 추워질테고
누이좋고 매부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엎어지고 돈도줍고...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꼭 앞에서 불어오는 건 무신 구신의 조화인지 참말로 제~엔장할 노릇이 아닐 쑤 음따~
등산화에서 운동화로 갈아신었겠다...아끼던 사파리 모자는 어디선가 쉬다가 일어서면서
길바닥에 버려두고 그냥 와 버린지라 찾다가 차았다가아 포기하고요요오 ...화는 연신 나지 에라 모르겠다...
달리자...신나게 걸었더니 속도가 너무 빨랐나보다...미운아빠 발가락이랑 내 골반뼈가 또 화를 내시 시작하고...
쉬다가 일어설 때 베낭은 왜 그리 천근만근인지 다행이 어제보다는 걸음걸이는 한결 편해서 좋았는데
가도 가도 이놈의 새로 뚫린 2번 국도에는 휴게소 하나 안 보이고 화장실도 음꼬 물도 음따~
시계는 어느듯 네시를 가르키고 보성까지 5km 남짓 남은 거리에 겨우 발견한 주유소에서 쉬야를 한 후
라면을 끓이자고 했더니 어랍쇼~ 어쩐 일인지 이눔의 미운아빠가 보성까지 가서 먹자고 한다...어허...이사람이 ...
"길에서는 음써서 몸 묵꼬 안 줘서 몬 묵으니 있을 때 묵어놔라" 안 카더나...
둘이서 옥신각신...미운아빠의 똥고집도 한고집 하더라만 그래봤자지 내가 누고...
깔있쑤마 카미노 아니던가...라면 두개에다 햇반 한개를 개눈 감추듯 해치운다.
식사를 하면서 야전에서와 무인도 같은 곳에서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좋은 방법들을 가르쳐 주면서 사람은 때로 잔대가리를 잘 굴려야 된다고 미운아빠를 연신 감탄시켰다.
아마 집에 돌아가면 아이들과 사모님 앞에서 이 아빠가 말이야 이럴때는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입에 침 튀기며 썰을 풀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그야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헤헤헤
2번 국도를 걸을 때는 새로 뚫린 곳을 선택할 게 아니라 구도로로 걷는 게 훨씬 더 나을 것 같다.
새 도로는 직선이라 전체 걷는 거리는 다소 줄었지만
빠르게 달리는 차들도 많았고 무엇보다 쉴 곳이 없었고 물 보충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꽤 긴 것 두개와 짧은 터널 까지 총 세개의 터널을 지나야 한다.(터널 지나가 보는 것도 괜찮다 그럴 수 있겠지만)
오늘은 그다지 심하게 힘 든 걸음이 아니면서 목적지 보성까지 무사히 도착했고 나름 행복한 두 넘의 걸음이었다.
아마 예쁜엄마의 마음씀 덕분이 아닐까 생각하며 아주 예쁜 소현이 든든한 성원이에게 큰아빠의 사랑을 보내고 시푸다~
얘들아 큰아빠도 너희들 상훼!!!
내일쯤엔 너희들에게 엽서를 한장 보낼까 하거등...
길 위에서 보낸 하얀 엽서 한장 예쁜 소현이랑 성원이 손에 ...
아마 어젯밤엔 그나마 잠을 좀 잤기에 몸이 많이 좋아진 덕택인가 해서
오늘은 빨래할 것도 적으니 많이 잘 수 있을테고
내일 걸을 거리가 다소 긴 것 같아도 저으기 안심이 된다.
사랑할란다...
지금 이 시간에만...세상 모든 것들을...
내일은 나도 몰러!
나 변덕스럽고 괴팍한 오리지날 58개에다 까탈스런 중늙은이거든...
세상의 모든 길들아! 오늘은 이만 안녕~
慕山請雨 (링반데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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