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l노 2010. 3. 27. 00:23

슬픈 시 /서정윤


술로써
눈물보다 아픈 가슴을
숨길 수 없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적는다


별을 향해
그 아래 서 있기가
그리 부끄러울 때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를 읽는다

 

그냥 손을 놓으면 그만인 것을
아직 <나>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쓰러진 뒷모습을 생각잖고
한쪽 발을 건너 디디면 될 것을
뭔가 잃어 버릴 것 같은 허전함에
우리는 붙들려 있다

 

어디엔들
슬프지 않은 사람이 없으랴마는
하늘이 아파, 눈물이 날 때
눈물로도 숨길 수 없어
술을 마실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시가 되어
누구에겐가 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