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l노 2009. 11. 19. 01:11

노부부 東山 / 金一洙

 

절뚝거리는 다리를 끌고

밭뙈기를 어루만지며

고랑을 훑는다.

할멈이 입원한 후로

혼자 경운기에 의지한 체

잦은 비로 풀이 엉켜

자라지 못한 배추를 뒤적이며

보잘것없는 농사에

손을 잇대어간다.

산그늘 내려온 먼 그림자는

어둑한 풍경소리가 들릴 즈음

아직 죄 없는 하루살이의

삶을 다독이며

걱정마저 기울어진 비탈길로

기어오른다.

오줌도 나오는 줄 모르는 할멈은

걱정마저 까무룩 해지고

당신 이름의 비상구도

깜깜하게 닫힌

허허한 어둠만 끌어당긴다.

기억을 어루만지며

생각을 만지작거리며

영감 줄 거라며

먹다 남은 나물을

조물조물 비닐봉지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