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퓌스의 벤치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 김정란

까미l노 2009. 5. 9. 03:32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 김정란


네 망설임이
먼 강물소리처럼 건네왔다.
네 참음도 네가 겸손하게
삶의 번잡함 쪽으로 돌아서서
모르는 체하는 그리움도..

가을바람 불고 석양녘 천사들이
네 이마에 가만히 올려놓고 가는
투명한 오렌지빛 그림자도..
그 그림자를 슬프게 고개 숙이고
뒤돌아서서 만져보는 네 쓸쓸한 뒷모습도..

밤새 네 방 창가에 내 방 창가에
내리는, 차갑고 투명한 비도
내가 내 가슴 빈터에
네 침묵을 심는다.
한번, 내 이름으로
너는 늘 그렇게 내게 있다.

세계의 끝에서 서성이는
아득히 미처 다 마치치 못한 말로
네게 시간을 줘야 한다고 나는
말하고 쓴다.

내 가슴 빈터에
세계가 기웃  들여다보고
제 갈 길로 가는 작은  후미진 구석
그곳에서 기다림을 완성하려고
지금, 여기에서 네 망설임을,
침묵을,거기에 심는다.

한번 더, 네 이름으로,
언제든 온전히 말을 거두리라
너의 이름으로,
네가 된 나의 이름으로 ..






음악, Canzona / Secret Garden